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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 걸려도 원정 진료 가야 하나"···의원·약국 없는 곳도 공보의 빼가

◀앵커▶
경북 지역 의료 사정이 열악한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죠.

실제로 300여 개 읍면동 가운데 의원도 약국도 없는 곳이 절반 가까이 되는데, 의대 정원 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 간 갈등 여파가 농촌 지역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경북의 공중보건의 상당수가 차출돼 수도권 병원에 투입되면서 진료조차 불가능한 곳이 속출하고 있는 건데요,

감기에 걸려도 원정 진료를 가야 하나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손은민 기자입니다.

◀기자▶
경북 고령에서 세 번째로 인구가 많은 쌍림면의 보건지소입니다.

'수요일과 금요일만 진료한다'라는 안내가 붙었습니다.

일주일에 5일 동안 진료하던 공중보건의사가 상급종합병원으로 차출되면서 진료하는 날이 이틀로 줄었습니다.

◀경북 고령군 보건소 직원▶
"매일 약 탔는데 왜 선생님 안 계시냐 이런 것부터 해서 오늘 약 탈 수 있냐 없냐··· 갑자기 차출을 가게 되면서 저희가 안내도 잘 못 드렸거든요."

인구 3,290명인 쌍림면에는 의원도 약국도 없습니다.

주민들에겐 보건지소가 유일한 종합병원이자 약국이고 건강검진센터입니다.

2명이 빠지며 남은 공보의 4명이 고령 보건소와 7개 보건지소를 왔다 갔다 진료합니다.

아플 때 제때 진료받기 어려워졌습니다.

◀서귀순 경북 고령군 쌍림면▶
"여기 가까운 데는 지팡이 짚고 또 구루마(보행기) 끌고 가실 수 있는데 이제 못 가게 되면 고령(보건소)으로 가야 되면 보행기 끌고 가시려면 버스 올라타야 사고 하면 불편한 점 많죠."

'24시간 진료' 현수막이 붙은 성주보건소.

성주에는 응급의료기관이 없어서 공중보건의사가 낮엔 보건지소에서 진료하고 밤에는 보건소에서 당직을 돌며 응급환자를 봅니다.

이곳에도 며칠 전 공보의 1명이 차출돼 빠졌습니다.

유일한 소아과 전문의였습니다.

◀경북 성주군 관계자▶
"전문의들이 많이 부족하잖아요. 그렇다 보니까 어쩔 수 없이 전문의라서 차출해야 하겠다고···"

공보의 8명이 남아 있는데 이중 절반은 복무 기간이 한 달도 남지 않았습니다.

울릉군을 제외하고 경북 21개 시군에서 차출된 의과 공중보건의만 51명입니다.

전체(242명)의 20% 넘는 공보의가 도시의 상급종합병원으로 갔습니다.

지자체마다 보건소를 찾는 주민들에게 약을 1~2달씩 넉넉하게 처방하고, 요일별로 문을 열던 보건지소를 이젠 오전, 오후로 쪼개서 진료를 돌며 버티고 있지만,

◀포항시 관계자▶
"자주 오시는 분들이라던가 (보건지소마다) 진료를 꼭 해야 하는 날짜가 있어서 그런 걸 조사해서 오전 오후로 나누던가 해서···"

앞으로는 이마저도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남아 있는 공보의 상당수가 4월 전역을 앞두고 있는데, 새 공보의가 채워질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는 실정입니다.

◀서찬기 경북 성주군 초전면▶
"감기도 걸릴 수 있고 몸이··· 허리도 아플 수 있고 다칠 수도 있고 이렇게 되는데 병원도 가야 되고 보건소에도 가야 되는데 의사가 없으면 진료를 못 받으니까···"

경북의 322개 읍면동 가운데 45%, 146곳이 의료기관이나 약국이 없는 '의약분업 예외 지역'입니다.

보건소가 1차 의료기관 역할을 하며 처방까지 맡고 있습니다.

의료 취약지를 살리겠다며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수도권 의사가 부족해지자 지역의 공보의부터 대거 빼내 가면서 취약지 의료 공백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MBC 뉴스 손은민입니다. (영상취재 김경완, 그래픽 이수현)

손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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