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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비하인드] 법원이 어떻게 판결하더라도···대구시, 축산물도매시장 폐쇄 '강행'

대구 축산물도매시장(도축장)이 한 달 뒤에는 문을 닫게 됩니다. 상인들과 대구시는 도축장 폐쇄를 두고 큰 마찰을 빚고 있습니다. 상인들이 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법원이 받아들이기까지 했지만, 대구시는 어쨌든 4월 1일 폐쇄하겠다는 방침에는 변화가 없습니다.

그동안의 경과를 따져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대구시는 2023년 1월 대구시 감사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2024년 3월쯤 대구 축산물도매시장을 폐쇄하겠다고 언론에 밝혔습니다. 이런 발표가 있기 전에 대구시 감사위원회는 축산물도매시장을 열흘 동안 감사했습니다. 대구 농수축산물유통관리공사 설립을 앞두고 축산물도매시장과 도축장의 운영 실태 전반을 살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구시 감사위원회는 축산물도매시장이 지금 위치에 있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봤습니다. 지금 사업이 진행 중인 금호워터폴리스 개발 사업지구와 가깝고 주변 개발로 더 이상 도시 외곽이 아니어서 교통 혼잡과 환경문제로 민원이 많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대구시는 대구 축산물도매시장이 20년도 전인 2001년 5월 지어져 시설이 오래되고 낡아서 시설 개보수에 비용이 많이 들고, 외곽 지역으로 이전하더라도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 계속 운영하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또 대구와 가까운 경북 8개 시군에 도축장이 있어 축산물 유통에는 문제가 없다는 견해도 곁들여졌습니다. 결국 대구시는 축산물도매시장 폐쇄를 결정했고 대구시의회에서 지난 1월 말 관련 조례를 통과시켰습니다.

도축장 폐쇄 공고에 종사자들은 일자리 위기 직면···"생계 위협" 큰 반발
대구 축산물도매시장 관련 종사자는 200명이 넘습니다. 우선 대구시 축산물도매시장 운영법인인 신흥산업의 임직원 90여 명과 부산물 상가 상인 30명은 대구시가 대책 없이 이런 결정을 하면 생계를 잃을 수밖에 없다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전임 권영진 시장 때죠, 2019년에 축산물도매시장을 현대화해서 키우겠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는데 지금 와서 무슨 소리냐는 것입니다. 신흥산업은 대구시 현대화 계획에 맞춰 벌써 시설 개보수 공사를 20억 원을 들여 했습니다.

방병배 신흥산업 대외협력부장 "대구 북구 먹거리 센터로 활성화하니까 거기에 대해서 영업도 전환해야 하겠다고 하고 기쁜 마음으로 향후 계획을 가지고 있었는데 갑자기 대구시장이, 단체장이 바뀌면서 아무런 명분도 없이 (폐쇄 결정했습니다.)"

축산물도매시장 안에서 축산물 부산물을 파는 상인 30여 명도 난감한 상황입니다. 당장 장사를 접어야 하는데, 대구시가 상인들과 한 계약은 2026년 9월입니다. 2년 넘게 남았는데, 계약 위반이나 다름없습니다. 대구시는 경북 고령군과 군위군 등에 있는 시설을 활용하면 된다는 입장입니다.

안중곤 대구시 경제국장 "고령 공판장이라든지 아니면 저희가 전국 도축장을 돌아다녀서라도 그분들이 원하는 부산물에 대해서 저희가 공급될 수 있도록 하겠다"

배효현 대구 축산물도매시장 부산물 상가회장 "여기 도매시장 없으면 부산물을 어디서 구합니까? (대구시가) 말을 그렇게 (하지) 어디 가서 구해다 준다고 하는데 대구시가 그걸 구해줘요? 말이 안 됩니다"

중도매인도 문제입니다. 시장이 닫으면 거래처 미수금을 받기 힘들어집니다. 상인 30명의 미수금 규모는 다르지만 2억 원에서 60억 원에 이릅니다. 다른 축산물도매시장이나 축산물공판장에서 일거리를 구하기도 힘듭니다.

이계상 중도매인 "1년 동안 물건 거래를 하면 외상을 어떻게 회수하고 하는데(계획을 세우는데) 갑자기 (폐쇄)해 버리니까 물건 미수금 회수가 상당히 문제고, 중매인으로서 먹고사는 것도 막막합니다"
법원, 축산물 도매시설 운영사 손 들어줬지만···대구시는 "폐쇄 강행" 의지
축산물 도매시설 운영사인 신흥산업은 대구시 폐쇄 결정 조치가 행정 절차를 어겼다며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는데, 법원이 신흥산업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대구지방법원 제1행정부는, 지난 2월 15일이죠, 신흥산업이 제기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습니다. 신흥산업이 대구시를 상대로 낸 소송 결과가 확정될 때까지 축산물도매시장 폐쇄 절차를 중단하라는 뜻입니다. 재판부는 "본안소송이 부적합하여 각하될 것이 명백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신청은 적법하다. 따라서 대구시의 본안 전(本案前) 항변은 이유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폐쇄 공고 처분의 효력이 존속하는 한 4월 1일부터 도매시장 운영법인으로 지정되어 영업할 수 없기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가 인정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대구시는 법원 결정에도 불구하고 축산물도매시장 운영을 4월부터 중단하겠다는 고집을 꺾지 않고 있습니다. 대구시는 도매시장 운영법인과 계약이 끝나는 3월 말부터는 도축에 꼭 필요한 검사관을 파견하지 않는 방식으로 축산물도매시장 운영을 무력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법원이 대구시 축산물도매시장 폐쇄에 대해 집행을 정지한 것이지 운영법인 재지정은 대구시의 권한이라는 입장입니다. 법원의 결정을 피해서 대구시가 원하는 결과를 얻겠다는 것입니다.

안중곤 대구시 경제국장 "물리적 시설의 폐쇄 여부와는 별개로 신흥산업이 운영 법인의 지위가 3월 31일에 끝이 납니다. 그러니까(재지정을 안 하니까) 할 수가 없는 거죠"

신흥산업은 대구시의 일방적인 폐쇄 공고에 제동을 건 법원 결정마저 따르지 않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재판부가 "대구시가 도매시장 운영법인 재지정 신청에 대하여 폐쇄 공고 처분을 이유로 심사 자체를 거부하였으므로 신청인의 법률상 이익이 침해당한 경우다"라고 판시했기 때문인데요.

방승환 신흥산업 측 소송대리인 "이거는 사실 사법부의 취지 재판 취지를 지금 완전히 무시하는 거기 때문에 사실 이건 상당히 부적절할 수 있는 부분이죠. “

시민사회단체도 대체 시설이 마련될 때까지 축산물도매시장 폐쇄 처분을 유보하라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대구시가 법원 결정에도 축산물도매시장 폐쇄 절차를 밟으며 법원 판단마저 무시하는 것은 위법 행위라는 것입니다.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 "법원의 그런 판단에도 불구하고 대구시가 실질적으로 폐쇄하는 조치를 한다고 생각하면 이거는 명확하게 직권남용이고 권한 남용이라고 생각하고 당연히 여기에 대해서는 형사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법원 판결에도 대구시 운영법인 미지정한다면 '위법 가능성' 커
법원은 분명 1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 축산물도매시장 폐쇄를 하지 말라는 결정을 했는데, 대구시가 운영법인을 지정하지 않으면 이것은 또 다른 위법 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대구시가 이렇게 막무가내로 하는 일은 구체적으로 농안법을 위반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인데, 22조에 '도매시장 개설자는 도매시장에 그 시설 규모, 거래액 등을 고려하여 적정 수의 도매시장 법인, 시장도매인 또는 중도매인을 두어 이를 운영하게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농안법 제23조에는 도매시장 법인 지정에 관한 세부 사항을 명시하고 있고요.

대구시 농수산물도매시장 운영 관리 조례도 상위법에 따라 도매시장 법인 지정 절차 등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도매시장 법인이 도매시장을 운영하는 것을 기본 전제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법원이 대구시 축산물도매시장 폐쇄 조치에 대해 집행정지를 결정했다면 대구시는 당연히 도매시장을 운영하는 도매시장 법인을 지정해야 합니다. 그런데 관련 조례는 축산 부류 도매시장은 1개로 되어 있어 현재 운영법인인 신흥산업을 지정하거나 신규 운영법인을 지정해야 합니다. 그런데도 대구시는 지난 2월 20일 도매시장 이해 관계인들에게 공문을 발송해 3월 31일 이후 신규 운영법인도 지정하지 않을 것이므로 도매시장을 운영할 수 없다고 통보했습니다.
축산물도매시장 문 닫으면 육류 가격 '상승'···물가 인상 도미노
축산물도매시장 문을 닫으면 당장 육류 가격이 오르는 등 부작용이 클 것이라는 예측도 나옵니다. 대구 축산물도매시장은 1981년부터 소와 돼지를 도축해 신선한 고기를 240만 대구 시민에게 공급하고 있습니다. 대구시 소유여서 가축 질병 발생과 같은 수급 불안정 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해 안정적인 축산물 공급 기능을 해 왔다고 대구시도 자평합니다.

2022년 기준으로 소 8,300여 마리와 돼지 17만 7천여 마리를 도축해 유통했고요.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이곳에서 도축한 돼지 지육 62%가 대구에서 소비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지육은 소나 돼지를 도축해 머리와 다리, 내장을 분리한 몸통 부분을 말합니다.

대구시 축산물도매시장은 어미 돼지와 기준 미달 돼지와 같은 비규격 돼지가 출하되어 도축하는 비율이 높아 이 부분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대구와 경북에서 어미 돼지를 출하해 도축할 수 있는 곳은 대구 축산물도매시장과 고령축산물공판장뿐입니다. 대구 축산물도매시장이 하루 200마리 정도, 고령축산물공판장은 35마리 정도 도축하고 있습니다.

기준 미달 돼지의 경우 대구 축산물도매시장은 하루 250마리 정도 잡고 있고 고령축산물공판장은 비정기적으로 한 번씩 도축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어미 돼지나 기준 미달 돼지에서 나오는 고기가 돼지갈비나 돼지국밥 재료로 쓰이는데요. 대구의 돼지갈비 식당이나 돼지국밥 식당 등에 사용하는 고기는 대부분 대구 축산물도매시장에서 공급되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따라서 4월부터 축산물도매시장이 폐쇄되면 이런 돼지고기를 구하기가 힘들어지고 가격 인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취재진이 취재한 결과 대구 축산물도매시장 폐쇄 조치가 발표된 이후 어미 돼지 도축량이 줄면서 이미 돼지고기 가격이 많이 올랐습니다. 돼지고기 가격은 평균 1kg에 2,600~2,700원 하던 것이 지금은 3,300~3,400원까지 올랐습니다. 23% 정도 가격이 인상된 셈인데요. 이제 오는 4월부터 대구시 축산물도매시장이 폐쇄되면 어미 돼지 도축이 전혀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가격은 더욱 뛸 것으로 예상됩니다.

거리가 먼 경남과 충청도, 전라남북도 쪽의 축산물도매시장이나 축산물공판장에서 출하되는 돼지 지육을 운반해서 가지고 와야 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일부 업체는 운반에 들어가는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사업을 접을지를 고민하는 실정입니다. 규격 미달 돼지 경우도 사정은 마찬가지인데요. 어쨌든 돼지고기 가격 인상은 불가피해 보이고 시민이 즐겨 먹는 돼지갈비나 돼지국밥 가격으로 이어질 것 같아 걱정됩니다. 또한 먼 곳에 있는 도축장에서 고기를 가지고 와야 해서 도축 당일 고기를 팔기가 힘들어져 신선도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신선도 떨어진 고기를 더 비싼 값에 사야 하는 일이 벌어진다는 겁니다.

김영기 축산기업중앙회 대구시지회장 "제날 (고기가) 나가기가(팔기가) 굉장히 힘이 들잖아요. 그러면 위생 관계 같은 거, 또 판매하는 데서 어려운 점, 이런 것 때문에 저희가 걱정을 많이 하죠. 또 육류 가격이 예를 들어 물류비가 비싸지면서 인건비가 뛰고 물류비가 뛰기 때문에 고깃값이 좀 오르지 않겠느냐"

도축장 폐쇄 시 대구·경북 양돈농가 시름 깊어져
대구와 경북지역 양돈농가들은 어미 돼지를 출하해 도축하지 못한다면서 반발하고 있습니다. 대구와 경북에서 어미돼지를 출하해 도축할 수 있는 곳은 대구와 고령 이렇게 두 곳뿐입니다. 2022년 기준으로 하루 어미 돼지 도축 수는 대구시 축산물도매시장이 203마리, 고령 축산물공판장이 35마리입니다. 하루 238마리를 도축하는데 갑자기 203마리를 도축할 수 없게 된 것이죠. 양돈농가들은 경남이나 충북 등으로 도축을 맡겨야 할 형편인데 그곳까지 가려면 운반하는 데 큰 비용이 더 들고, 운반 시간이 늘어나는 문제가 생깁니다.

경상북도는 어미 돼지 도축시설을 새로 갖출 때까지 최소 2년 유예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결국 정부가 나서서 경남과 경북 각 한 곳씩, 모두 두 곳의 도축장에 어미 돼지 도축시설을 만드는데 15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이 도축시설이 건립되어 사용할 수 있으려면 빨라도 2025년 상반기는 되어야 합니다. 결국 경상북도는 그 공백기 동안 약 12억 원의 예산을 들여 양돈농가의 운반비를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양돈농가가 다른 시도에 어미 돼지를 출하할 때 마리당 4만 원씩 주기로 한 것입니다. 정부나 경상북도는 160억 원의 예산을 쓰지 않아도 될 곳에 쓰게 된 셈입니다. 그리고 이 정도의 대책으로 앞으로 나타날 부작용을 해결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입니다.

조옥봉 대한한돈협회 대구지부장 "농가가 지금 출하할 곳이 없습니다. 물론 대구시가 주장하는 대로 경북 도내 8개 도축장이 있으니까 거기 가서 하면 된다고 하는데 이거는 거짓말입니다. 왜 거짓말이냐면 도매시장이 아니기 때문에, 선생님이나 내가 돼지를 갖다 팔았는데 누가 사서 갈 사람이 있어야 할 거 아닙니까? 경매를 안 하니까 아무도 안 사갑니다"

대구시가 법원 결정에도 불구하고 축산물도매시장 폐쇄 절차를 밟으면서 일방적인 행정 강행에 이어 법원 판단마저 무력화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최소한 법원의 판단 취지부터 잘 새겨볼 필요가 있지 않나 돌아 봐야할 것입니다.

이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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