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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우후죽순 만들어지는 동상들···70억 들이더니 7년 만에 사라지는 순종 황제 어가길

대구 달성공원 앞에는 7년 전 조성한 순종 황제 어가길이 있습니다.

순종 황제의 '남순행' 일정에 대구도 있었는데, 이를 기념하겠다며 사업비 70억 원을 들여 만들었습니다.

순종 황제 어가길의 상징인 이 동상, 4월 22일부터는 철거합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2017년 '다크 투어리즘'이라며 70억 들여 만든 순종 황제 어가길
한일병합 조약 체결 전 1년 전인 1909년, 대한제국 마지막 황제인 순종은 대구와 부산, 마산 등 남쪽으로 순행하는 일명 '남순행'을 했습니다.

이토 히로부미는 순종 황제를 앞세워 반일 감정을 무마하고 일제 통치를 정당화하길 원했습니다.

순종 황제는 그렇게 경부선 열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8시간을 내달려 대구역에 도착했는데 당시 일본 제복을 입고 있었습니다.

일본이 무너뜨린 읍성 자리, 그 위에 다시 만든 신작로를 따라 달성토성까지 향했습니다.

대구 중구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순종 황제 남순행로 조성 사업'을 추진했고 7년 전인 2017년, 순종 황제 동상과 어가길을 만들었습니다.

대구 중구 수창동부터 인교동 일 2.1km에 순종 황제의 발자취가 남겨졌습니다.

쏟아부은 예산은 70억 원.

비극적인 역사에서 교훈을 얻는 '다크 투어리즘'이라 했습니다.

대구 중구 홈페이지에서 추진 배경을 찾아봤습니다.

"수치스럽고 치욕적인 역사도 우리의 역사이기에 낙후된 골목길에 숨겨진 침탈의 역사에 대한 구국·항일 정신을 반성과 교훈으로 삼아 역사를 재인식하고 미래지향적인 역사교육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추진된 도시 활력 증진 지역개발 사업이다."

하지만 순종 동상은 설치 때부터 역사 왜곡 논란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동상은 대례복을 입고 있지만 실제로는 당시 일본 제복을 입었고 친일 미화라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그리고 7년 뒤···4억 들여 없애는 순종 황제 어가길 보행섬
이번 철거에는 '달성 토성 진입로 환경정비 사업'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4월 중순부터 예산 4억 원을 들여 순종 황제 동상과 조형물 3개, 안내 비석과 관광 안내시설물을 철거하고 일대를 정비합니다.

대구 중구는 순종 황제 어가길에 대한 민원이 빗발쳐 철거를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인근에 3천 세대 넘는 아파트와 새벽 야시장이 들어서면서 차량 통행이 많아져 관련 민원이 셀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굳이 여기 있어야 하냐'는 등 동상 자체에 대한 민원도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이동진 대구 중구 재생지원팀장 "차량 통행 혼잡을 해결하고 보행자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주민들 의견을 받아들여서 철거하게 되었습니다. 순종 황제 어가길에는 이제 보행섬만 남게 되는데요. 그 보행섬을 다시 2차선 도로에서 4차선 도로로 원복할 계획이 있습니다"

보도 이후 대구 중구는 70억 원을 들인 순종 황제 어가길 중 동상이 있는 보행섬만 철거하는 것이라며, 당시 순종 동상 등 조형물과 보행섬을 만드는 데 든 예산은 7억 4천 200만 원뿐이라고 밝혔습니다.

순종 황제 동상 철거 소식에···엇갈리는 시민 반응
순종 황제 어가길 취재를 위해 보행섬 위에 있는 동안, 시민들이 먼저 다가와 인터뷰하겠다고 했습니다.

순종 황제 동상이 세워진 뒤 대중의 관심에서 잊히는 듯했지만, 매일 앞을 오가는 시민들은 각각의 생각을 쌓아왔습니다.

동상을 지을 때는 '몰랐다'고 입을 모으지만, 철거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립니다.

김복순 대구 서구 "대구 사람인데도 순종 동상 만드는 줄 몰랐어요. 어느 날 이게 만들어져 있더라고요. 어차피 만들어 놨으니까 이제 가만히 놔둬야지. 해놓은 지 얼마나 됐다고 다시 부수나요."

박재형 대구 중구 "대부분 사람이 잘 몰라요. 뭐 순종 황제의 길이라 하면서 예산 들인 건 좀 심해. 주민들도 다 그렇게 생각해요, 빨리 철거했으면 좋겠다고. 보행섬이 생겨서 동네를 분리하고, 교통도 혼잡할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기도 불편하고···"


우후죽순 만들어지는 동상들···이대로 괜찮나?
순종 황제 어가길은 애당초 충분한 공감대 없이 조성됐습니다.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과 함께 혈세 74억 원만 낭비한 꼴이 됐습니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 "늦었지만 환영할 일이기는 합니다. 그렇지만 역사적 인물에 대한 동상을 공공장소에 세우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고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사전 공론화 작업이 필요합니다. 해당 지자체에서 사전 공론화 없이 설치하고 난 다음에 많은 사회적 혼란과 혈세가 낭비된 것에 대해서는 다음에 적절한 유감 표명, 진상 조사가 필요하다고 보고요."

7년간 역사 왜곡 논란 끝에 순종 황제 동상만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게 됐습니다.


































변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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